‘멍 때리기’는 흔히 정신이 나간 것처럼 한눈을 팔거나 넋을 잃은 상태를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멍하게 있는 것은 비생산적이라는 시각 때문에 다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멍 때리는 행동에서 세상을 바꾼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나온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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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헤론 왕으로부터 자신의 왕관이 정말 순금으로 만들어졌는지 조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러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들어간 목욕탕에서 우연히 부력의 원리를 발견하곤 너무 기쁜 나머지 옷도 입지 않은 채 ‘유레카’라고 외치며 집으로 달려갔었던 일화가 있죠.
 
보통 사람의 경우에도 책상 앞에서 머리를 쥐어짤 때보다는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멍하니 있을 때 불현듯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때가 많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발명 관련 연구기관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미국 성인의 약 20%는 자동차에서 가장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린다고 합니다. 뉴스위크는 IQ를 쑥쑥 올리는 생활 속 실천 31가지 요령 중 하나로 ‘멍하게 지내라’를 꼽기도 했습니다.
 
멍 때릴 때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있다
 
그럼 멍 때리기처럼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을 때 오히려 문제의 해답을 찾는 경우가 많은 것은 과연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일일까요? 미국의 뇌과학자 마커스 라이클 박사는 지난 2001년 뇌영상 장비를 통해 사람이 아무런 인지 활동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를 알아낸 후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그 특정 부위는 생각에 골몰할 경우 오히려 활동이 줄어들기까지 했습니다. 뇌의 안쪽 전전두엽과 바깥쪽 측두엽, 그리고 두정엽이 바로 그 특정 부위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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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클 박사는 뇌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을 때 작동하는 이 특정 부위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 DMN)라고 명명했습니다. 마치 컴퓨터를 리셋하게 되면 초기 설정(default)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때 바로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된다는 의미입니다.
 
DMN은 하루 일과 중에서 몽상을 즐길 때나 잠을 자는 동안에 활발한 활동을 한다고 합니다. 즉, 외부 자극이 없을 때죠. 이 부위의 발견으로 우리가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 있기만 해도 뇌가 여전히 몸 전체 산소 소비량의 20%를 차지하는 이유가 설명되기도 했습니다. 그후 여러 연구를 통해 뇌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데 있어서도 DMN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자기의식이 분명치 않은 사람들의 경우 DMN이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스위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환자들에게서는 DMN 활동이 거의 없으며, 사춘기의 청소년들도 DMN이 활발하지 못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또한 DMN이 활성화되면 창의성이 생겨나며 특정 수행 능력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들도 잇달아 발표됐습니다. 일본 도호쿠 대학 연구팀은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해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을 때의 뇌 혈류 상태를 측정한 결과 백색질의 활동이 증가되면서 혈류의 흐름이 활발해진 실험 참가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내는 과제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난 것. 이는 뇌가 쉬게 될 때 백색질의 활동이 증가되면서 창의력 발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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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넬 대학 연구팀은 유명인과 일반인의 얼굴 사진의 차례대로 보여준 후 현재 보고 있는 사진이 바로 전 단계에서 보았던 사진의 인물과 동일한지를 맞추는 ‘n-back’ 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실험 참가자들은 DMN이 활성화될 때 유명인의 얼굴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일치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즉, 멍하게 아무런 생각 없이 있을 때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의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기존의 인식을 뒤엎은 연구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잠깐의 먼산바라기를 할 시간조차 차츰 잃어가고 있는 형편입니다. 지하철을 탈 때에는 가만히 있기보다는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며, 잠깐 쉬는 시간에도 휴식이라는 이름 아래 게임을 주로 즐긴는 경우가 많죠. 하루 종일 끊임없이 뇌를 통해 무언가를 하기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깐씩의 멍 때리기가 절실한 셈입니다. 멍해 있는 것은 뇌에 휴식을 줄 뿐 아니라 자기의식을 다듬는 활동을 하는 기회가 되며 평소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영감이나 문제 해결 능력을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멍한 상태 자체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선 안됩니다. 문제에 대한 배경 지식과 그를 해결하려는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만 그 같은 달콤한 결실을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르키메데스의 경우에도 평소의 배경 지식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절박함이 있었기에 목욕탕의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유레카를 외칠 수 있었으며, 사과나무 아래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 역시 그런 경우입니다. 

 

출처 : KISTI 과학향기

 

과학적인 내용은 조금 어렵지만 결론은 멍하게 있을 때 우리 뇌에 휴식을 줄 수 있고 그로 인해 뇌가 더 좋아진다는 것이네요.. 요즘처럼 바쁘게 생활하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멍하니 아무것도 안하는 것도 건강에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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